섭섭하게,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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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 2005 - Death - 275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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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2005)

능행 능행스님은 부산의료원 행려병동에서부터 시작해 소록도 음성 꽃동네 등등을 전전하다 보니 이 사바세계에 신음하는 고통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을 제치고 중생들의 고통을 찾아 나서며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한 사람이 고통 속에서 사라질 때마다 한 우주가 사라지는 것 같은 큰 절망을 느끼며 스스로 자책에 빠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기도 힘겨운데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보니 그들의 마지막을 위한 여비까지 마련하려고 걱정해야 했기에 더 힘들기만 했다. 어느 분을 끔찍하고도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보내고 능행은 그 길로 도망을 갔다. 가능하면 멀리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 하필이면 내가 왜 이런 길을 택했을까. 사흘 동안 돌아다녔다. 사흘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능행은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내가 왜 이 일을 둘로 보았을까. 이 멋진 수행을 두고 왜 다른 수행을 그리워했을까. 이 일을 하면서 받은 은혜가 너무도 큰데 나는 또 다른 그 무엇이 있는 줄 알고 방황했구나. 그는 다시 돌아와 인간의 고통만 본 것이 아니라 고통 중에서도 사랑과 희망과 자비심을 보았다. 그 희망의 서원을 모아 불교계에서는 처음인 독립형 호스피스 정토마을을 세웠다. 그렇게 10여 년, 능행은 이승과 저승의 간이역 정토마을에서 병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선고받은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죽을 것인지, 그 마무리를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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