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전등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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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북스, Feb 25, 2010 - Literary Collections - 304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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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만 멋스럽고 고풍스럽고 환상적이고 우아하면서도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고전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고전에도 이런 작품이 있으니, 바로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자 한문소설인 [금오신화]. [금오신화]가 세상에 나오자 유학자 김인후와 송시열을 비롯한 많은 선비들은 열광하였고, 퇴계 이황은 ‘괴이함’을 비판했으나 이 또한 열독의 증거이다. 이는 불과 한 세기 전 중국에서 [전등신화]가 들어왔을 때 일으킨 붐과 같은 것이었다. 이들이 일본과 베트남으로 전파되면서 그 영향력은 한층 증폭되었으니 가히 동아시아 전기소설의 흥성기를 가져온 장본인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집으로 평가되고 있는 [금오신화]와 원말명초의 전기소설집 [전등신화]의 관계는 긴밀하다. 편제가 유사할 뿐 아니라, 김시습 스스로 [전등신화를 읽고題?燈新話後]라는 독서후기를 남기고 있으니 [금오신화]에 미친 [전등신화]의 영향을 온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금오신화]가 [전등신화]의 단순한 모방이라는 비판과 주체적 수용을 통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걸작이며 수작이라는 칭찬 사이에서 그 관계는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동아시아 고전 엮어 읽기’가 [금오신화]와 [전등신화]를 시작점으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인뿐 아니라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이며 이미 일반 대중에게까지 둘의 긴밀한 관계를 인정받고 있지만 실체를 손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던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풀어보려는 것이다. 문학은 독자가 읽고 느끼며 판단하며 구축해가는 세계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은 이를 위해 준비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본격적인 고소설을 꽃피운 원류, '금오신화'
동아시아 전기소설의 붐을 일으킨 바로 그 작품, 전등신화!
한국인의 고전, 조선인의 감수성과 영혼이 숨 쉬는 근대소설의 효시!

1. [금오신화]의 학술적 가치에 대하여
[금오신화]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책이다. 철이 들고 한국문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 순간부터 그것은 자랑스러운 한국 최초의 소설로 우리 안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익숙한 [금오신화]를 펼쳐보면 매우 낯설고 신비한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과의 조율에 능숙하지 못하여 평생을 방랑하다 생을 마친 작가 김시습의 운명을 닮듯 때론 괴이하고 우울하지만 그 안에는 반천 년 뒤에 자신을 알아줄 누군가를 꿈꾸는 욕망이 꿈틀댄다. 그 욕망이 [금오신화]가 태어나고 5백 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매료시키는지도 모른다. [금오신화]보다 일 세기 앞서 지어진 중국의 [전등신화] 또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것은 [금오신화]를 언급하는 자리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거론되며, 한국은 물론 일본과 베트남 등 동아시아 각국의 소설사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고전소설이기 때문이다.

2. 조선 선비들이 열독한 바로 그 소설, 금오신화!
[금오신화]는 한국인의 고전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오신화]는 한국 최초의 소설일 뿐 아니라 가장 잘 된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작가 김시습은 학식과 인품으로 한국 지성사에 우뚝한 분이다. [금오신화]는 문학작품이다. 작가가 작품을 쓰는 목적은 독자에게 널리 읽히는 데 있다. 이는 현대문학뿐 아니라 고전문학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 고전작품은 독자에게 읽히기보다는 연구자의 연구 대상에 머물러 온 감이 없지 않았다. [금오신화]가 그 대표적 예이다. 원문이 난해한 한문으로 되어 있고, 내용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환상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언제까지나 연구실에만 가두어 둘 수는 없다. 그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작품을 만들어 우리에게 남겨 준 작가 김시습의 뜻에 거스르는 일이다.
'금오신화'의 소재는 귀신, 염라왕, 용궁 등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 신라 말, 고려 초에 창작된 전기傳奇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전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총 다섯 편의 단편소설은 귀신과의 사랑, 염라왕과의 토론, 용궁에서의 생활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세속을 등진 이의, 삶을 초월한 듯한 이 소설에는 극락왕생의 해피엔딩이 없다. 그 속엔 세상과 화해하지 못한 이들이 바라보는 삶의 우울함이 깔려있다.
다섯 작품 모두 새로운 만남이나 세상의 인정을 갈망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원하던 만남을 이루거나 인정을 받게 되지만 이는 모두 비현실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현실에 돌아온 후에는 결국은 다시 혼자 남거나 세상을 등지게 된다. 그러나 이 비극적 결말은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들을 환기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소통이라는 장치는 환상을 통해 새로운 미감을 낳는다. 특히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시들은 주인공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작품 전체에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3. 등불의 심지를 잘라 불 밝히고 밤새 읽을 정도로 재미나는 새로운 이야기!
[전등신화]는 명대 초기에 나온 단편문언소설집이다. 중국문언소설의 발달은 위진남북조의 지괴소설에서 당대와 송대의 전기소설로 이어지는데 [전등신화]는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문언소설의 붐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것은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베트남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전체분량은 4권으로서 각권마다 5편의 고사가 실려 있고 부록 1편을 합하면 21편에 이른다. 구우의 자서에서는 “일찍이 고금의 괴기지사를 편집하여 40권의 전등록을 지은 바 있다”고 했으니 오늘날 그 일부만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 오래전에 없어진 족본足本이 일본에서 발견되어 새로 번각飜刻함으로써 오늘날 활용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용궁을 찾아가 글을 써주고 막대한 재산을 얻거나 죽은 혼백과 사랑을 나눈 얘기, 염라대왕에게 잡혀갔다 온 얘기, 직녀신을 만나 비단을 받아오는 얘기 등으로 전통적인 지괴, 전기의 명맥을 이어 훗날 청대 [요재지이聊齋志異]로 전승시키게 된다.

4. 두 작품의 학술적 가치 - 동아시아 전기소설의 효시이자 붐을 일으킨 작품!
[금오신화]와 [전등신화]를 한 데 묶은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뜻 깊은 것은 한중 학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진 점이다. 이 책을 구상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저자 가운데 한 분이 중국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칠 기회를 가졌고, 중국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서로 협력하는 계기를 마련해 놓았다. 작품을 번역하는 데는 물론이고 책의 체제와 장정을 꾸미는 일에 있어서 두 나라 학자들이 보여준 협력은 이 책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 문학연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금오신화]는 5백 년의 시간과 한국이라는 지역의 벽을 넘어 세계의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의 구성

[금오신화]와 [전등신화]는 원래 당시 동아시아 공용어였던 한문으로 쓰였다. 역자들은 그것을 최대한 지금의 독자들에게 편안한 말로 바꾸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21편의 [전등신화] 수록 작품 가운데 [금오신화]의 5편과 짝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을 뽑아 나란히 두어 비교하여 보기 쉽게 하고, 나아가 원래 문장의 맛을 음미하려는 독자를 위해 원문을 부록으로 두어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예스런 맛을 살리면서도 지루함을 덜기 위해 삽도도 첨가하였다. 이 책에서 역자들은 현대의 독자들이 [금오신화]를 ‘살아있는 고전’으로 만날 수 있도록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현대역의 과정에서, 고전 번역에서 관례처럼 되어 있는 각주를 없애고 본문만으로 작품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고전 번역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실현한 사례가 될 것이다. [금오신화]와 [전등신화]를 한 자리에 실어놓음으로써, 말로만 듣던 두 작품의 내용을 독자들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게 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이다. [금오신화]의 다섯 작품과 그에 상응하는 [전등신화]의 작품을 대비해 보면서 우리 문학의 고유성과 세계성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했다. 작품의 들머리에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작품 중간 중간에 삽화를 넣어 고전 읽기의 딱딱함을 녹여 주고, 작품 뒤에 붙인 간략한 해설, 작품의 공간, 시대 배경 및 관련 고사에 대한 소개는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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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2010)

저자 - 김시습
1435년 서울 성균관 부근 사저의 하급 무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일세를 풍미한 명문장가답게 태어난 지 여덟 달 만에 글을 깨치고, 세 살 되던 해에 시를 지었으며, 다섯 살에는 이웃에 살던 수찬 이계전의 문하에서 [중용]과 [대학]을 배웠는데, 이계전의 문하에 들어갔다는 것은 곧 당대의 최고 학맥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듯 어릴 적부터 신동으로 이름이 높았던 그의 소문을 들은 세종이 직접 불러 시험을 하고는 감탄해 상을 내리기도 했다. 1449년 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 삼년상을 치르고 조계산 송광사에 머물면서, 거기에 석장[錫杖]을 쉬고 있던 준상인에게 불법[佛法]을 배웠다. 인간사에 관한 의문이 많았을 시기였기에 불교 교리를 깊이 받아들였고, 훗날 준상인에게 주는 시를 무려 20수나 연작하였다. 송광사에 잠시 머물다 서울로 돌아온 후 남효례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1453년 과거에 낙방하고 삼각산 중흥사로 공부를 하러 갔다가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전해 듣고는 책을 불사르고 방랑길에 올랐다. 1456년 6월에 성삼문 등 많은 신하들이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사형을 당하고, 그 시신들이 저잣거리에 널브러져 있었으나 아무도 수습할 엄두를 못 내던 와중에 김시습이 그것들을 수습하여 노량진에 묻고 작은 돌로 묘표를 대신했다는 기록이 [연려실기술]에 남아 있다. 이는 전국 각지를 유람하던 때의 일로 그 시기에 [탕유관서록][1458], [탕유관동록][1460], [탕유호남록][1463] 등을 정리하여 그 후지를 썼다.
1465년 책을 싸들고 금오산에 들어가 금오산실을 복축하고 칠 년 간 머물렀는데 바로 그 무렵인 1470년 즈음에 [금오신화]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오산실에서 육칠 년을 고민과 병마에 쌓인 채 세월을 보내던 중 중앙에서 성종이 숭유문치를 표방하여 널리 인재를 구하였고, 김시습은 서울로부터 청을 받고 서울로 올라와 새 조정에서 벼슬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육경을 다시 익혔다. 그러다 1483년 폐비 윤씨 사건으로 정국이 혼란하자 두타의 모습으로 관동으로 떠나 산수를 돌아다니며 글을 짓는 생활을 다시 하게 된다. 1493년 무량사에서 판각 간행한 [묘법연화경]의 발문을 뒤 '췌세옹 김열경'이라 서명하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에는 유언대로 절 근처에 매장되었고, 1782년 이조판서에 추증, 영월의 육신사에 배향되었다.

저자 - 구우
전당錢塘 사람으로 자는 종길宗吉, 호는 존재存齋 또는 낙전수樂全라 한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문학적 재질을 보였으나 과거시험에 실패하여 영달하지는 못했다. 뒤에 주헌왕부周憲王府의 우장사右長史가 되었지만 시화詩禍를 입어 오랫동안 귀양살이를 하다 사면된 뒤, 87세를 일기로 항주에서 운명했다. 젊은 나이에 많은 책을 저술했으나 오랜 귀양살이 탓에 거의 없어지고 [존재유고], [악부유음], [귀전시화], 그리고 만년에 손수 교정한 전기소설집 [전등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는 원말명초의 격동기를 살았던 문인으로 여러 영역의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드러냈던 다작의 작가였다. 특히 [전등신화]는 당대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전역에 널리 전해져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역자 - 김수연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에서 고전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산둥리공山東理工 대학교 초빙교수와 베이징 대학교 방문학자를 지냈고, 지금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와 역서에 [조선후기 소설개작과 서사의 소통], [중국 고소설 목록학 원론], [매천야록](공역), [금오신화 전등신화](공역), [한국 서사문학에 나타난 삶과 죽음](공저) 등이 있고, "‘화씨충효록’의 문학적 성격과 연작 양상", "‘취유부벽정기’의 경계성에 대하여", "‘양축’ 설화의 국내 유입과 ‘양산백전’에 나타난 소설화 양상", "[금오신화]의 구조 미학-상위相違와 소통疏通의 유遊"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자 - 탁원정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 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문학 속 공간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에 천착하여 대부분의 연구 또한 이에 경도되어 있다. 대표적 논문으로 [17세기 가정소설의 공간 연구: [사씨남정기], [창선감의록]을 대상으로](2006), [고전문학과 공간적 상상력: [장화홍련전]의 서사공간 연구](2007), [[옥수기]에 형상화된 이국異國, 중국中國](2008) 등이 있다. 한경대학교, 이화여대 등에 출강하였고, 현재는 이화여대 강의전담교수로 재직중이다.

역자 - 전진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이화여대와 명지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장편국문소설과 장편한문소설의 문학사적 관련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논문으로는 [[청백운] 연구](2007)가 있고, 역서로 [역주 매천야록(공역)](문학과지성사, 2005)과 [조씨삼대록 4](소명, 201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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