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역사 몸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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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Apr 30, 2007 - Literary Collections - 351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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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인식하고 다루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삶으로서의 몸’을 생각하는 인문학과 ‘기계로서의 몸’을 다루는 과학이 다르고, 서양의학의 몸과 동양의학의 몸도 다르다. 이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새로운 학문과 방법론은 없는 것인가?
과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 인문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가 의학이다. 과학은 수학적이고 기계적인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물을 ‘설명’하고, 인문학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사람의 삶을 ‘해명’한다. 의학은 그 사이에 있다.
의학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인간을 돕지만,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뼈와 살, 조직과 세포 그리고 그 기능들의 총체인 ‘몸’을 직접적 대상으로 삼기에, ‘몸’은 과학적 사실과 인문학적 가치와 의미가 만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즉, 과학은 사람의 몸을 기계로 여기고 인문학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가치와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의학은 몸속에 담긴 과학적 사실과 인간적 가치를 함께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근대 이후 형성된 서양의 생물의학과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전통의학은 ‘몸’을 어떻게 보았을까?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그 둘은 만날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이 《몸의 역사, 몸의 문화》에서 답해보고자 하는 물음들이다.
의철학자 강신익 선생의 신간 《몸의 역사, 몸의 문화》는 동과 서, 전통과 현대의 시선으로‘인간’과 ‘몸’에 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서양 의학과 동아시아 의학의 공통 관심사인 ‘몸’을 인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의 맥락에 놓고 사유함으로써, 그 ‘차이’들을 갈등과 조화를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질병이 발생하는 장소이자 그것을 ‘앓는’ 주체이기도 한 ‘몸’을 존재론적으로 규명하고, ‘몸’이 나타내는 다양한 현상들을 이해하며, 그 몸을 제어하는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을 지금의 용어로 풀어보면 열 길 물속의 사리를 따지는 것은 과학이고,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리는 것은 인문학이다. 과학은 명명백백한 사실과 법칙을 다루지만 인문학은 애매모호한 가치와 규범을 다룬다고 배운다....... 사람의 건강과 질병을 다루는 의학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드러나는가? 의학은 과학인가 인문학인가? 의학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열 길 물속의 진리와 알 수 없는 한 길 사람 속의 수수께끼는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는가? 의학은 기계인 몸을 다루는가 아니면 몸으로 존재하는 사람을 다루는가? 근대 이후 형성된 서양의 생물의학과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전통의학은 이러한 문제들에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그 둘은 만날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이 이 책에서 답해보고자 하는 물음들이다.
의학의 직접 대상인 ‘몸’을 개념적으로 재구성하고 의학의 새로운 실천 대상으로 삼아 갈등을 빚고 있는 생물의학과 전통 한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그 장점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의 체계가 가능한지도 생각해볼 것이다.
― 자 서문에서

몸의 문화, 몸의 전통 이 책의 특징 1
― ‘한 몸 두 의학’의 기원을 찾아서
동아시아와 유럽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의학이 어떻게, 왜 다른가? 왜 ‘한 몸’에 ‘두 의학’이 되었을까? 그것은 ‘몸’의 문화, 몸의 전통으로 비롯된 ‘차이’였다. 저자는 그 차이를 의(醫)와 피직(physic), 배움(學)과 앎(science), 의술(醫術)과 테크네(techne), 덕(德)과 아레테(arete)의 개념 쌍으로 나누었다.
두 문명의 차이는 ‘몸’을 대상으로 한 의학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그것은 ‘몸에 대한 시선’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차이를 ‘유럽의 기독교 문명과 동아시아 문명’, ‘유럽의 존재 중심 세계관과 천인상응(天人相應)사상’, ‘만물을 네 가지 기본 원소의 결합으로 본 유럽과 다섯 가지 행(行)의 관계와 움직임으로 본 동아시아의 생각’이라는 세 가지 문화적 원형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두 의학의 지적 전통과 세계관의 차이다. 우주, 생명, 인간에 대한 두 문명의 시선의 차이가 각 문명이 발달시킨 의학을 어떻게 변모시켰는지 그 흐름을 추적한다.

......구성하고 개념화한 과학적 몸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적 몸 사이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한다. 앎의 대상으로서의 몸과 삶의 주체로서의 몸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모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앎의 대상으로서의 몸을 바라보는 의학의 시선이 17세기 이래 서구에서 형성되어 발전되어 온 기계론적 구조를 가진 “앎의 시선”인 반면, 생활세계에서 바라본 몸은 역사와 문화의 전통 속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어온 “삶의 몸”이기 때문이다. 근대 의학의 역사는 이와 같이 이질적인 “앎의 시선”과 역사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 형성 발전된 “삶의 몸”이 부딪치면서 빚어낸 한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서구적 앎의 시선은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객체화하며 우리의 몸도 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객체화하기 곤란한 마음의 영역은 아예 앎의 시선을 벗어나거나 객체적 시선에 의해 왜곡된다. ...... 사실 이러한 설명법은 몸과 마음의 분리 구조를 더 강화할 뿐이다. 마음을 물질과의 관계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결국 마음을 물질에 인과적으로 종속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세상에는 마음에서 분리되지 않은 몸, 앎과 분리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문화가 있다. 서양의 문화 속에도 지금과 판이한 몸의 존재양식이 있어 왔다. 따라서 우리가 몸과 마음, 앎과 삶의 분리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달리 구성된 몸의 체계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몸, 앎과 삶의 공간〉에서

두 몸의 역사 가로지르기 이 책의 특징 2
― 질병 건강 치유의 역사, 그리고 한국인의 몸
‘몸’의 역사 속에서 ‘차이’는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차이를 역사적으로 가로질러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차이들을 가로질러 보편적 관점에서 질병과 건강과 치유의 역사를 먼저 살핀다. 사회ᆞ경제 체제가 변함에 따라 건강ᆞ질병ᆞ치유의 개념과 대응양식도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보고 그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그것을 ‘다스림’, ‘보살핌’, ‘앓음’의 세 모델로 나누어서 말이다.
가로지르기의 시선은 개항 이후 한국인의 몸에서 교차한다. 전통의학에 익숙한 조선인, 서양의학을 제국주의의 도구로 받아들인 일본인, 그리고 기독교 선교의 목적으로 서양의학을 도구화한 미국인의 시선이 자연이고 문화이며 경험인 ‘한국인의 몸’에서 부딪친다. 그들은 한국인의 몸에 칼을 대어 병소를 도려내기도 하고, 단발령을 내려 도덕적 정체성 그 자체인 성인 남자의 상투를 강제로 잘라내기도 한다. 또 병자의 몸과 환경이 세균들의 온상이라고 교육하고 청결을 강요함으로써 일상적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우리 한국인의 몸은 그런 변화와 단련 과정을 거친 역사적 존재인 것이다.

개항 이전의 조선인의 몸은 주로 유교적 도덕, 도교적 자연, 무속적 신앙의 시선에 의해 규정되었다. 이후 미국의 의학이 들어오면서 기독교적 사랑의 정신과,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물화(物化)하는 과학적 시선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모든 것을 국가이익에 종속시키고 도구화하는 일본의학의 시선을 만나면서 이전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시 그들은 그렇게 얽히고설킨 시선들이 교차하는 속에서 자신들의 몸과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그렇게 변화해 온 과정이 새겨진 몸을 물려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20세기동안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물질적 조건과 담론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시선을 변화시켜 왔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대체로 과학적 의학이 절대적 헤게모니를 가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그렇게 모든 것을 대상화하고 물화하는 과학적 시선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가해지면서 새로운 대안적 시선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물론 그 세상보기의 방식이 과거와 전혀 다른 것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여전히 전통적 정서가 변형된 상태로 살아있을 것이고 개항을 전후해서 미국과 일본의 의학에서 받아들인 관점들도 남아있을 것이다.
― 〈한국인, 몸의 역사〉에서

몸의 철학, 몸의 사상 이 책의 특징 3
― 나는 몸이다, 기계에서 몸-사람으로
이제 저자는 차이들을 극복할 수 있는 철학적 방안에 대해 탐색한다. 서양의 생물의학과 동아시아 전통의학, 의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의학을 창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답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과 철학의 관계를 추적하여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의철학의 방향과 내용, 그리고 ‘몸’을 매개로 두 의학 또는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그 대답으로 새로운 몸의 존재론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두 의학의 관계에서 가장 껄끄러운 주제인 기(氣)에 대해 다루었는데, 두 의학 사이를 이어줄 개념적 연결고리로 메를로-퐁티의 ‘살’을 빌려와 기와 비교한다. 두 의학의 차이를 극복하고 둘 사이의 존재인 몸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학을 발전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의학과 철학이 분리된 채 둘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온 서양과 달리 우리는 그러한 분리 자체가 불가능한 문화를 살아왔고, 여기에 서양의학이 이식되어 상황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철학이라고 할 만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주로 한의학과 관련된 영역에서였다. 한의학이 본래 동양의 고전적 세계관에 뿌리를 둔 것이었던 만큼 이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러나 한의학이 의철학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은 한의학과 동양철학의 연관성 말고도 서양의학의 도입으로 인해 심각한 자기 정체성의 위기를 느꼈던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1930년대 신문지상을 통해 벌였던 동서의학 논쟁을 우리나라 의철학의 뿌리로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 때 철학이라는 용어를 서양 철학의 용법으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철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용되지도 않았고 오늘날의 용법으로 철학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논리적 논변이기보다는 문화적으로 만연된 세계관이나 가르침, 또는 문화문법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철학과 한의학의 내적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한의학 자체를 대상으로 한 철학적 탐구이기보다는 한의학의 지적 배경을 밝히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의학체계에 대한 연구에 필요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줌으로써 의철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는 있지만 한의학 자체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가지기는 무척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 〈의학과 철학의 만남과 헤어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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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2007)

저자 - 강신익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구강외과의사로 15년간 일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의철학을 공부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인문의학 교실을 개설해 철학, 역사, 윤리를 가르친다. 한국생명윤리학회와 대한의사학회 부회장, 한국의철학회 학술이사, 민족의학연구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몸의 역사: 의학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나》, Philosophy for Medicine(공저), 《의학오디세이》(공저), 역서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 《고통 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등이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의학들의 차이를 규명하고 그것들의 사이를 탐색하고자 한다. 넓게는 ‘몸’이라는 두 의학 공통의 관심사를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 위치시켜 파악하는 한편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그 차이를 극복하고 종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질병 그 자체보다는 그 질병이 일어나는 장소이자 그것을 ‘앓는’ 주체이기도 한 ‘몸’을 존재론적으로 규명하고, 그 몸이 나타내는 다양한 현상들을 이해하며, 그 몸을 제어하는 규범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질병을 치료하는 일은 주로 의사에게 맡겨지지만 질병을 앓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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