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 피부색에 감춰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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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 May 30, 2012 - Literary Collections - 314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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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인종주의에 가려진 진화와 생존의 비밀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다보면 ‘살색’ 물감이나 크레파스를 사용하곤 했다. 말 그대로 인물을 그릴 때 ‘피부’에 해당하는 부위를 칠할 때 사용하는 색이었다. 그러다 21세기 들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 차별적 어휘라고 지적함에 따라 해당 색깔에 대한 표현은 ‘살구색’으로 수정되었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부색’은 오랫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종’을 구별하고 더 나아가 차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이는 타당한 일일까? 피부색이 인종주의의 토대가 된 까닭은 무엇이며, 실제 인류에게서 피부색이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킨: 피부색에 감춰진 비밀》은 바로 그 물음에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답한 책이다. 인간 피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권위자인 저자 니나 자블론스키는 인류의 피부 형질이 다양해진 생물학적 역사에서부터 오늘날 피부가 지니는 사회문화적인 의미와 미래에 피부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피부의 자연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저자의 연구 성과는 오스트레일리아 ABC 방송에서 ‘Skin Deep’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으며, 2011년 3월 KBS에서 ‘피부색에 감춰진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범인류적으로 인구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다문화’ 가정 문제가 첨예한 주제가 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진지하고도 실질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하게 해줄 것이다.

인종이 아니라 번식과 생식의 문제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 처음으로 출현한 것은 약 600만 년 전 열대 아프리카 지역에서였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인류학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당시 인류는 짙은 피부색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왜 이후 다른 대륙으로 인류가 퍼져나감에 따라 피부색이 변하게 된 것일까? 과거에는 이를 단지 일조량, 즉 얼마나 뜨거운 햇빛에 많이 노출되었느냐는 단순한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일조량과 피부색에 왜 상관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았다. 저자는 ‘진화’의 기제가 근본적으로 종의 번식과 생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생명체가 진화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종을 성공적으로 대물림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의 양이 생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자외선은 인체 내의 엽산과 비타민 D의 양에 영향을 준다. 엽산은 DNA 합성에 연관된다. 따라서 남성의 정자 생산뿐 아니라 여성이 태아를 형성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런데 과도한 자외선은 체내 엽산을 파괴한다. 따라서 자외선 양에 따라 피부색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전이다. 반대로 자외선은 체내 비타민 D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비타민 D는 섭취한 칼슘의 흡수를 돕기 때문에 특히 아이를 잉태하는 산모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타민이다. 따라서 인간의 피부는 엽산 파괴를 막기 위해 과도한 자외선을 차단함과 동시에 비타민 D 생산 촉진을 위해 적정량의 자외선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현생 인류가 지난 600만 년 동안 다양한 피부색으로 진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외선 양이 많은 저위도 지역에서 자외선 양이 적은 고위도 지역으로 확산해감에 따라 생식에 유리하도록 피부색을 진화시킨 것이다. 다시 말해 피부색은 완전히 다른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진화적 선택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왜 피부색은 인종주의의 토대가 되었나
물론 인간이 피부색의 기원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십 년도 안 된 일이다. 따라서 피부색이 종의 번식과 생존의 문제에 연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거 피부색이 인종주의의 근거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여기서 피부가 지닌 다른 기능에 주목한다. 즉 인간의 피부는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털이 없는’ 인간 피부의 특징이 연관되어 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영장류들은 쉽게 말해 털을 곤두세우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털이 없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털이 없어진 것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다른 영장류에 비해 더 많은 외부 활동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낮에 상당 시간을 외부의 태양 아래서 보내게 됨에 따라 ‘체온’을 유지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털 없는 피부에 땀을 많이 흘리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개체 간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털이 없어지자 다른 기전을 발달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는 바로 얼굴 피부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과거 유럽의 백인이 식민화 사업을 벌이며 다른 피부색을 지닌 사람을 만났을 때, 특히 짙은 검은색 피부를 지닌 사람을 만났을 때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백인의 경우 옅은 피부색 덕분에 비교적 자신의 감정 상태가 쉽게 드러나는 반면, 짙은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은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외적 상황은 검은색 피부를 지닌 사람들이 감정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이를테면 피부색이 옅을 경우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럽다는 표시가 난다) 열등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데 한몫을 했다. 저자는 이처럼 최초에 다른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만났을 때, 침략자의 입장인데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던 백인이 상대방의 피부색에 대해 매우 비과학적인 판단을 함에 따라 인종주의가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피부색이 인종적 정체성을 표시하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언한다. 즉 피부색은 우리 조상이 과거 어떤 자외선 환경에서 살았느냐를 보여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피부는 단지 생물학적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피부는 종의 생존을 담보하는, 말 그대로 생물학적인 역할만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인류에게서 피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문화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음에 주목한다. 인간은 의복을 사용하기 전부터 피부를 이용해 스스로를 장식하거나 공동체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몸과 얼굴에 문신을 새기거나, 흉터를 내거나, 자연에 존재하는 물감으로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자기 존재를 과시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까지 옛 부족사회 전통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장식거리를 제공하는 의복을 입은 채 현대 문명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몸에 여러 형태의 문양을 새겨넣어 개성을 뽐내거나 사회적인 의사 표시를 한다. 더 나아가 인간은 피부를 변형하거나 보완함으로써 자신의 외적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개선한다. 이러한 경향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막론하고 화장품 산업과 미용시술 산업이 번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미래에 피부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거라고 예견한다. 예를 들어 간단하게는 피부에 이식된 칩으로 신용 거래나 신분 확인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고도로 발달해가는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해 원거리에서도 서로 ‘촉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날도 오리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인류는 앞으로도 피부를 통해 말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피부는 곧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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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2012)

저자 - 니나 자블론스키
니나 자블론스키Nina G. Jablonski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이자 학과장인 니나 자블론스키는 인류 및 비인간 영장류의 환경에 대한 진화적 적응을 연구해온 탁월한 생물인류학자이자 고생물학자로, 특히 오랫동안 연구에 열정을 쏟아온 인간 피부와 피부색의 진화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와 캘리포니아학술원 회원인 그는 《최초의 아메리카인The First Americans: The Pleistocene Colonization of the New World》, 《언어의 다양화Diversification of Language》 등 다수의 저술을 출간했다. 인간 피부에 관한 저자의 연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등 저명한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었다.

역자 - 진선미
진선미는 1989년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출판문화협회 출판문화대학을 수료했다. 이후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고, 현재는 강원도 춘천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성의 자연사》, 《빅뱅: 어제가 없는 오늘》, 《칫솔을 삼킨 여자》, 《씨앗의 자연사》,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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