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주변의 재인식

Front Cover
미다스북스, Jul 26, 2010 - Literary Collections - 375 pages
0 Reviews


이 책은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ᆞ점필재연구소 인문한국(HK) [고전번역+비교문화학 연구단]이 발행하는 총서의 제1권이다. 연구단은 2007년 ‘고전번역학과 비교문화학을 통한 소통인문학의 창출’이라는 아젠다를 설정하고 출발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왔다. 이 책은 지난 2년간 연구단이 수행해온 1단계 연구의 결실 가운데 잘 익은 것들을 주제별로 묶어놓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근대의 민족적 경계들을 해체하는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근대 민족국가 중심의 일국적 시각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문화와 문화 사이[間]를 횡단하는 비교문화적이고 탈근대적인 시각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비교문화적 시각이 단순히 문화 간 비교에 그치거나, 문화의 차이만 강조하는 문화상대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무가치한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인간의 삶과 정신의 집적체인 고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창조해갈 미래를 통시적으로 성찰하는 한편, 인간이 능동적으로 창조해낸 여러 문화 사이에 놓인 경계를 횡단하며 상호간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제 1의 과제 - 탈중심의 문화론을 위해
총서 1 과 총서 2 의 필자인 부산대학교 산학연구단이 ‘소통인문학’의 창출을 연구의 종착지로 상정한 이유는 크게 한 가지다. 인간정신의 시간적ᆞ공간적 단절을 넘어선 소통과 이해, 그리고 창신(創新)을 꾀하는 새로운 인문학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연구단은 구체적 삶에 근거한 인문정신의 보편적 원리를 되짚어보고, 길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 앞에서 길을 더듬어가게 해줄 고전연구 및 고전번역에 주목했다. 연구단의 목표는 비교문화학을 고전번역학을 통해 구체화하고, 고전번역학을 비교문화학의 시각을 통해 보편화하는 작업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에 인문학적 대안을 제안하는 데 있다. 연구단은 이 아젠다를 추진해나가는 1단계로서 ‘경계의 문화지형학’을 제안하고 간(間)문화적 역학관계와 고전의 형성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그 내용으로 설정했다. 고전 연구의 영역은 문화 간 역학관계와 헤게모니 투쟁과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연구단은 지난 2년간 기존 고전번역학의 형성과 그것이 근거하는 문화 간 역학관계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가운데, 특히 주변/중심의 관계 형성과 고전이 주로 중심의 논리로 작용해온 것을 해명하고자 했다.

제2의 과제 - 번역과 고전을 통해 어떻게 문명적 해석과 소통을 꾀할 것인가
이러한 연구단의 노력이 담긴 이번 총서는 다음과 같이 큰 주제별로 2권으로 기획되었다. 우선 제1권은 ‘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주변부의 재인식’이라는 큰 주제 하에 1부를 유럽중심주의 비판에 두고 2부를 주변의 대응과 주변의 재인식, 그리고 3부를 동서양의 비판적 조우라는 작은 주제들로 세분하였다.
총서의 제2권은 ‘고전, 고전 번역 그리고 문화의 번역’이라는 큰 주제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1권은 문화적 우월성을 통해 세계를 지배해왔으며 그 지배를 정당화해온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고 탈식민주의적인 대안 계발과 주변의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에 참조가 될 만한 문화이론들을 계발해보자는 데에 그 의도가 있다. 더불어 주변이 서구와 어떻게 대면하였는가 하는 대응의 양상, 그리고 주변과 주변부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 나아가 동서양 비교연구의 양상을 살피고자 했다.

제3의 과제 - 내외적인 문명의 진정한 소통을 위하여
다른 나라나 문명권의 텍스트는 자국 언어나 문명권의 텍스트든 그 텍스트를 옮기는 일을 통해 우리는 이곳과 저곳, 이 시간과 저 시간을 넘나들 수 있다. 그 작업이 언어학적이든 문화학적이든,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문명 전체의 소통을 일구어낸다. 총서 두 권에 실린 글들은 그 수준이나 각도, 주제에 상관없이 문명의 소통을 위해서 고전과 번역에 대한 사유와 실험적 사고의 흔적을 담은 것이다. 아직 덜 여문 것들이 있을지라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기에 좀더 진보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할 것이다.

[기획의도]
총서1 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주변의 재인식은 1문화적 우월성을 통해 세계를 지배해왔으며 그 지배를 정당화해온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고, 탈식민주의적인 대안 계발과 주변의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에 참조가 될 만한 문화이론들을 계발해보자는 데에 있습니다. 2더불어 주변이 서구와 어떻게 대면하였는가 하는 대응양상, 그리고 주변과 주변부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 3나아가 동서양 비교연구의 양상을 살피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상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총서1 1부-유럽중심주의 비판
서양의 지배는 단순히 자본주의적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지배는 자신의 문화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논리를 통해 보다 미시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 산물이 바로 유럽중심주의이다. 유럽중심주의는 각 문화들 사이의 번역을 일방적으로 해석하거나 억압함으로써 특정지역의 문화를 특권적 기준으로 삼는 선별과 배제의 원리로 작용해왔다. 유럽중심주의는 동양/서양, 주변/중심, 근대/전통, 발전/지체, 남성/여성 등의 이분법적인 생산을 통해 중심의 시각을 강화해오기도 했다. 그래서 유럽중심주의는 근대유럽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에 다름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유럽중심주의의 학문적?제도적 영향을 비롯하여 근대의 다양한 정치적 제도적 역학 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고전연구의 정치학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유럽 중심적 이분법에 근거하여 중심이 주변을 일방적으로 재현하는 논리를 비판하고 탈식민주의적인 대안 계발에 참조가 될 만한 문화이론들, 고전연구의 정치학과 주변의 잠재적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문화이론의 구성에도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2총서1 2부-주변의 대응과 주변부 재인식
역사적으로 새로운 생성의 동력은 주변에 있었다. 중심이 고정적이고 완결적인 시스템 속에서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했던 영역이라고 한다면, 주변은 그런 구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 된다. 그래서 중심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던 주변과 주변부 고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주변부의 고전을 주목하는 이 작업은 인류가 지금 직면한 숱한 장벽을 넘어설 새로운 대안을 창조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더불어 여기서는 주변이 서구라는 중심과 대면하는 과정 속에 소외되면서도 길항해나갔던 역동적인 대응 양상 역시 살피도록 한다.
3총서1 3부-동서양의 비판적 조우
서구중심주의의 비판과 주변의 잠재적 가능을 규명하기 위해 동서양 문화의 비교연구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비교문화학은 공시적으로 존재하는 두 개 이상의 문화를 맞부딪치게 함으로써,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화적 사건 및 현상들을 관찰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비교문화학은 문화들 사이의 역학관계, 즉 중심과 주변, 지배와 종속의 관계에 주목하고 그것을 횡단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종국적으로 비교문화학이 지향하는 바는 문화 사이의 역학관계를 보다 민주적이고 수평적 구조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1부
1. 이효석의「헬레니즘, 유럽중심주의, 영국성―19세기 영국사회와 고대그리스의 전유」
유럽중심주의와 결탁한 헬레니즘이 유럽의 민족국가, 특히 영국의 문학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가를 다루고 있다. 영국은 유럽의 가치를 그리스와 그리스적 고전의 유산에서 찾고 이를 영국민의 우월한 ‘영국성’의 증거로 규정하였다. 헬레니즘은 성취 불가능한 이상에서 실현가능한 덕목으로, 나아가 이미 성취된 ‘영국’의 가치로 전이되어 간 것이다. 19세기 영국사회는 그리스 로마 문화를 영국의 문화와 접합시키기 위해 박물관과 같은 근대적 문화시설을 활용하고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교육제도 속에 흡착시켰다. ‘영국’을 ‘제2의 그리스’로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영국의 외부를 차별화한 제국주의적 망상은 21세기의 현재에도 영국사회에서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 하상복의「프란츠 파농의 탈식민주의적 실천―유럽중심주의와 인종주의 비판」
파농의 사상이 현대 이론의 담론적 유희 속에 지적 상품으로 전유되거나, 정치경제적 현실과 분리되어 전유되는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 파농 사상을 ‘유럽중심주의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한다. 여기서 논자는 파농에 대한 호칭과 평가는 그의 유럽중심주의와 인종주의 비판 속에 이루어져야 그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파농의 실천적 탈식민주의의 검토를 통해 근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속에 투영된 유럽중심주의적 시각을 비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대 식민주의, 제국주의라는 중심부 논리의 정치학을 비판하고, 유럽중심주의적 정치와 문화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주변부의 비판적 이론과 실천의 계기를 파농의 사상 속에서 밝히고 있다.

3. 이용일의「유럽중심주의와 근대화―미국적 세계지배비전으로 근대화이론의 형성과 독일사적 전유」
유럽중심주의적 지식체계의 큰 축을 담당했던 근대화이론을 다룬다. 여기서 근대화이론은 서구 근대의 지적 전통들을 계승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1950~1960년대 미국사회과학계의 근대화기획을 일컫는다. 이 글은 이러한 근대화이론의 형성과 그것에 대한 독일사적 전유를 유럽중심주의의 발전과 전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유럽중심주의는 자민족중심주의의 변이형이라 할 만큼, 민족주의와는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발전했지만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상징되는 극단적 민족주의로서의 유럽 제국주의가 남긴 유럽 문명화의 폐해, 전후 이어졌던 탈식민화물결, 근대 자본주의의 대안적 형태로서 현실 사회주의의 확산이라는 도전들 속에서 새로운 정당성의 근거를 찾으려고 했다. 필자는 그것이 바로 1950년대 미국사회과학계가 발명한 개념인 근대화였다고 보고 있다.

4. 김정현의「『페르시아인의 편지』의 오리엔탈리즘 연루(連累)에 대해」
몽테스키외의『페르시아인의 편지』를 반(反)오리엔탈리즘의 측면에서 그 작품을 분석한다. 이 작품은 한편으로는 문화를 가로지르는 상호 이해와 종교 간 관용을 강조하는 시의적절한 고전으로 칭송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리엔탈리즘을 보이는 작품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소설은 동양을 서양의 타자로 재현하며 페르시아를 프랑스의 정체성에 대한 보완물로 창조하고 있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소설의 화자가 은연중에 자신의 오리엔탈리즘 성격의 구조를 드러내고 그것에 대해 논평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필자는 우리가 어떤 저작에서 오리엔탈리즘을 확인하다해도, 그것으로 작품의 성격 전체를 규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 김은중의「포스트식민주의를 통해, 모더니티를 넘어, 트랜스모더니티로」
세계화를 근대성이 심화된 결과로 보지 않고 지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식민화하는 ‘전방위적 식민주의’로 보는 라틴 아메리카의 포스트 식민주의 비판에 동의하며, 세계화가 형성한 중심과 주변의 전선을 논의한다. 필자는 이 전선에 여전히 작동하는 식민성의 극복을 위해 많은 한계를 갖지만 전략으로 유효한 포스트 식민주의의 시각을 경유한 후, 라틴 아메리카 근대성/식민성 연구그룹의 근대성에 대한 관점, ‘권력의 식민성,’ ‘식민적 차이,’ ‘정치적 정체성,’ ‘상호문화성’의 개념을 통해 미완의 기획인 탈식민성을 완성시키는 일리(一理)의 지평으로 ‘트랜스모더니티’ 기획을 제안한다.

2부
6. 정출헌의「국학파의 ‘조선학’ 논리구성과 그 변모양상」
일제강점기 박은식, 신채호, 최남선, 안자산, 정인보, 문일평 등이 개진한 ‘조선심’, ‘조선얼’의 개념이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맞섰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민족주의, 국수주의, 정신사관, 관념주의라는 비판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필자가 볼 때 국학파의 구체적인 활동은 인물/시기에 따라 적지 않은 편차/부침을 보이며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조선학의 변모양상은 시대정신과 관련하여 보다 세심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출헌은 ‘조선심’이라는 개념의 기원, ‘단군’의 함의, 다산 정약용을 중심으로 한 실학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조선학’이 발흥하게 된 내적 계기가 무엇인지의 문제에 천착하여 민족국가의 독립과 근대국가의 건설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실천적으로 감당하고자 했던 국학파의 치열한 학문과 삶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7. 박정심의「한국 근대 지식인의 ‘근대성’ 인식」
세계적 문명성을 수용하는 문제와 동시에 인종적 허위의식과 서구적 근대에 매몰되지 않는 민족적 근대주체를 정립하는 문제를 깊이 고민한 한국 근대지식인을 다루고 있다. 필자는 유길준과 윤치호를 서구문명과 접촉하면서 그들의 문명성을 수용하고자 노력한 대표적인 근대지식인으로, 박은식과 신채호는 문명성의 수용에 초점을 두기보다 민족적 주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문명성 수용 못지않게 중요한 선결문제임을 직시했던 지식인으로 규정한다. 특히 박은식과 신채호는 백인우월주의와 일본의 종족적 우월의식 및 그에 기초한 제국주의 침략의 야만성을 신랄히 비판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은식은 평등과 인도주의에 입각한 민중중심 유학의 개념과 사해동포주의를 제시했으며 신채호는 국가주의의 폐해를 체인하고 고유한 조선의 새로운 주체로서 민중개념을 제시하였다.

8. 이효석의「응구기의『십자가의 악마』―주변의 언어와 새로운 고전의 가능성」
기존의 세계문학의 목록이 제국의 기준과 선택으로 만들어진 면을 비판하고 세계문학의 목록이 다시 작성되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높은 문학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기준과 가치를 의심하고 불편하게 하는 응구기의 기쿠유어 문학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세계의 고전 혹은 정전이 유럽의 출판사와 비평가들에 의해 유럽적인 ‘심미적’ 기준으로 형성되고 유통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응구기는 아프리카 토속어와 전통문화의 복권을 통해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고자 한 작가이지만 아프리카중심주의만을 주장하지 않으며 다양한 중심들이 주체성을 유지하고 대화적으로 상호 교섭하는 상태를 지향한다. 필자는 응구기의 기쿠유 문학이 유럽중심주의 ‘이후’를 고민하는 진영에게 참조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9. 서민정의「한국어 문법 형성기에 반영된 서구중심적 관점」
근대적 의미의 한국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국어학자들의 ‘언어’의식이 어떠한 배경에서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그것이 한국어 문법 형성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특히 필자는 규붐화되고 통일화된 민족 언어로서의 국어가 형성되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어학에서 전통문법에 대한 연구가 주로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민족주의’라든가, ‘주체’적 의식의 발로하는 관점에 서 있었다면, 이 논문은 ‘영향’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국어학에 포함되어 있는 서구 중심주의를 확인하고자 한 점이 기존 연구와 변별된다.

3부
10. 주광순의「유럽 중심주의 비판을 위하여―레비나스와 용수」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 나아가 막스 베버의 서구적 합리성의 논의들이 유럽중심주의에 기여해온 문제를 지적하며 서구의 전통인 동일성과 통일성의 철학에 비교되는 레비나스의 타자성의 철학과 용수의 상의성의 철학을 문화의 중심주의를 비판하기에 적절한 패러다임의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유태인인 레비나스는 유럽철학 전체를 동일성의 철학이며 타자를 배제하는 전체주의라고 비판하고 타자의 절규에 책임을 지는 주체의 윤리학을 제안한다. 한편 불교라는 전혀 다른 풍토 속에서 용수는 각각의 존재자들이 고정된 정체성을 갖지 않으며, 그것들은 서로 의존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실체와 속성은 서로 같지도 않지만, 다르지도 않다고 보고 있다.

11. 인성기의「바이닝어의 유아론(唯我論)과 용수의 공관(空觀)」
바이닝어의 유아론과 용수의 공관을 비교하고 그들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을 원효의 유심론적 화쟁(和諍)사상에서 찾고 있다. 필자는 남자의 존재와 여성의 비존재라는 바이닝어의 실재론적 사고는 서구철학 전통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한다. 한편 “유”와 “무”를 아울러 부정하고 절대적 공으로 나아가려한 용수의 귀류논증법적 사고방식이 그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용수의 상대주의적 중도사상은 허무주의로 이어지기 쉽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의 이면으로서 색(色)을 긍정하고 세상의 모든 현상들을 고차원적인 우주의 부분들로서 인정한 원효의 화쟁사상은 일체의 관념을 부정하려는 용수의 허무주의적 공관과 바이닝어의 유아론적 독단을 공히 넘어서고 있다. 필자는 화쟁사상이 자기성찰과 사회적 실천을 아울러 가능하게 하는 현실주의적 철학으로서 오늘날에도 매우 시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What people are saying - Write a review

We haven't found any reviews in the usual places.

Other editions - View all

About the author (2010)

저자 (부산대학교 인문한국 고전번역 비교문화학 연구단)

- 이효석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조교수. 2002년 고려대학교에서 「Henry James 소설 연구」라는 제목으로 학위를 받았고, 전공분야는 영미소설이다. 지은 책으로는 『헨리 제임스의 영미문화 비판』(아카넷)이 있고 『포스트모더니즘 백과사전』(5인 공역)을 번역하였다. 지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영미문화 고전의 형성, 주변부 문화 등이다.

- 하상복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조교수. 2002년 부산대학교에서 「E. L. 닥터로우 소설의 역사재현 가능성과 역사성의 복원」이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전공분야는 영미문화 문화이론, 영미소설이다. 현재 부산대학교 인문한국(HK) 의 비교문화학센터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 업적으로 「미국 다인종 문학의 정전화 과정과 비판적 다문화주의」,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포스트휴머니즘과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중심으로」 등 다수의 논문과 『물질^물질성의 담론과 영미소설 읽기』, 『틈새공간의 시학과 실제』 등의 공저가 있다. 지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고전 및 정전 형성의 정치학, 주변부 문화이론 등이다.

- 이용일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2003년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독일의 외국인력모집정책(1955-1973)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민사, 민족주의,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에 학문적 관심을 기울이며 『허구의 민족주의』(역서와 『서양현대사회와 이주민』(공저) 등의 저역서와 학술논문들을 내놓았다.

- 김정현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2001년 서강대학교에서 「뽈 리꾀르의 도덕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대 석당학술원 전임연구원과 루벤대학교() 전문연구원을 역임했다. 주요논문에는 「매킨타이어의 전통 개념 분석」,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의 관점에서 본 고전과 고전해석」, 「언어 번역에서 문화번역으로―폴 리쾨르 번역론 연구를 통한 상호문화성 성찰」 등이 있다.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번역 철학, 고전과 인문학의 관계, 상호문화 철학이다.

- 김은중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1995년 멕시코국립대학교에서 「심연 위의 춤―옥따비오 빠스 시의 현존 탐구」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전공분야는 라틴아메리카문학이다. 『이베로아메리카연구』와 『이베로아메리카』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저항, 새로운 연대, 다문화주의』(공저), 주요논문에는 「트랜스모더니티 혹은 반헤게모니 생태학―비판이론의 탈식민적 전환을 중심으로」, 「베네수엘라―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문제설정과 국가 기능의 재편」, 「유럽중심적 근대성을 넘어서―권력의 식민성과 경계 사유」 등이 있다. 지금 관심을 기울이고 분야는 근대성과 탈식민성, 세계체제와 라틴아메리카의 대안사회운동 등이다.

- 정출헌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1991년 문학박사 취득. 전공분야는 한문소설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엮임. 『조선후기 우화소설 연구』, 『고전소설사의 구도와 시각』, 『고전문학사의 라이벌』(공저). 현재는 부산대 밀양캠퍼스에 를 만들어 연구공동체를 꾸려가는 데 전념하고 있다. 고전소설 연구를 비롯하여 우리 고전을 교사 및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작업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박정심
2000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백암 박은식의 철학사상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철학을 전공하였다. 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은 책으로는 『한국철학사―16개주제로 읽는 한국철학』(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에는 「근대 위정척사사상의 문명사적 함의에 관한 연구」, 「박은식의 격물치지설의 근대적 함의」 등이 있다. 현재는 한국 근대사상을 문명^인종^민족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서민정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2004년 부산대학교에서 「한국어 정보 처리를 위한 토 연구」라는 제목으로 학위를 받았고, 전공분야는 ‘국어 통사론’, ‘국어 문화’이다. 주요 업적으로는 『토에 기초한 한국어 문법』, 『근대지식인의 언어 인식』(2인 공역), 「주변부 국어학의 재발견을 위한 이극로 연구」등이 있다. 최근에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국어학 보기, 한국어 문법의 구성 등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 주광순
부산대 철학과 교수. 독일 쾰른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공분야는 서양고대철학과 상호문화 철학이다. 2007년부터 2010년 6월까지 부산대 인문학 연구소 소장직과 부산대 인문한국(HK) [고전번역+비교문화학 연구단] 단장직을 함께 역임했다. 번역서에는 『정치사상의 거장 I』이 있다. 현재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상호문화 철학이다.

- 인성기
부산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1998년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교에서 네스트로이의 “”라는 제목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전공분야는 독일 연극론과 오스트리아 문학이다. 주요논문으로는 「괴테의 고전주의 예술론―‘정신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전체’로서의 인간 교육」, 「실러의 예술론에 나타난 현대인의 미적 총체성」 등이 있고 현재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문학 예술에 반영된 삶의 철학적 의미부여 과정에 관한 것이다.

Bibliographic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