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비밀이 담긴 한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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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펍코리아, Jun 7, 2012 - Soci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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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양철학자들은 서양 문명의 관념들을 체계화하였다. 소크라테스ㆍ플라톤ㆍ아리스토텔레스ㆍ아우구스티누스ㆍ토마스ㆍ데카르트ㆍ스피노자ㆍ로크ㆍ뉴턴ㆍ라이프니츠ㆍ칸트ㆍ헤겔ㆍ마르크스ㆍ후설ㆍ비트겐슈타인 등 이 몹시도 빼어난 철학자들은 서구 문명의 하부구조를 다지고 다졌다. 여기서 라이프니츠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고중세의 철학 전통과 근대 및 앞으로 올 시대의 철학 전통을 이어주는 철학자이다. 정신과학과 물질과학, 목적세계와 인과세계, 도덕세계와 자연세계를 통합하려는 철학사의 위대한 기획에 가장 깊게 몰두한 철학자이다. 그의 기획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그 기획에 참가하는 사람들만이 말할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 모두는 그 기획에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자주 이렇게 묻는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마음일까 몸일까?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정신일까 물질일까? 이토록 아름답고 가지런한 우주가, 생명이 있고 생각이 있는 이 우주가 스스로 생겨날 수 있는가? 사람이 착한 일도 하고 못된 일을 한다면, 모든 착한 일에 상이 있고 모든 못된 일에 벌이 있는가?
라이프니츠는 말년에 이 모든 물음들을 지극히 간명하게 답해주는 몹시도 정교한 체계를 만들었다. ‘모나드의 체계’라 불리는 이 체계는 아주 짧은 책 《모나드론》에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애초에 프랑스어로 쓰였으며, 많은 영역본과 국역본이 나왔다. 여러 영역본과 국역본을 참조하여 새 번역본을 내놓는다. 나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를 ‘한알’이라고 번역했다. 원래 ‘모나드’는 ‘하나’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왔다. 라이프니츠는 우주가 더 이상 나눌 수도 없고, 크기나 모양도 갖지 않으면서, 우주 전체를 비추는 한알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이 주장으로부터 다양한 형이상학 물음들을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은 형이상학의 극치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고전이다. 한 시대의 천재가 왜 이러한 체계를 만들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 그런 이해가 깊어지면 질수록, 이 형이상학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윽고 세계의 각 부분은 나머지 전체 세계를 끊임없이 비추는 살아 있는 거울이라는 것, 세계의 한 부분 속에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정보까지 어렴풋하게나마 모두 들어 있다는 것, 세계는 생명체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아무것도 뒤죽박죽이지 않고 아무것도 어질러져 있지 않다는 것, 처벌받지 않은 그 어떤 악행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라이프니츠가 주장하게 될 때 우리는 매번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한 철학자의 철학을 이해하는 만큼, 우리는 그 철학자의 정신만큼 고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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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2012)

저자 - 라이프니츠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는 주로 불어로 저술을 남긴 독일 철학자이다. 그가 남긴 저술은 7개 언어에 20만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그의 전집이 20세기 초부터 정리중인데, 지금까지 평균 870쪽에 달하는 책 25권이 출판되었다. 뉴턴과 별개로 미적분학을 개발한 수학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날 미적분학에서 쓰는 표기법은 대체로 그에게서 나왔다. 여러 지방정부의 관료로 일하면서 유럽 전역의 정치인ㆍ종교인ㆍ지식인과 교류하면서 점차 유럽 지성의 큰 봉우리로 성장하게 되었다. 균열된 학문들 사이의 통합, 분열된 유럽 기독교 종파들 사이의 통합, 동양과 서양의 만남 등에 평생을 헌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6살 때 만든 자동사칙연산기 때문에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 처음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38살인 1684년에 최초로 미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1년 뒤에는 적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미적분법 개발에 관해 뉴턴과 우선권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라이프니츠가 뉴턴과 독립해서 미적분법을 개발한 것도 거의 분명하고 뉴턴이 미분을 먼저 개발한 것도 거의 분명하다. 뉴턴이 자기 연구 결과를 문서 형태로 외부에 먼저 발표하지 않았으며, 라이프니츠가 이미 뉴턴의 노트 일부를 본 적이 있는데 그가 이 사실을 숨긴 것 등이 분쟁의 화근이 되었다. 물론 라이프니츠가 본 노트는 그의 미적분법 개발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둘 사이의 논쟁은 영국 학계와 대륙 학계 사이의 분쟁으로 확대되었다. 뉴턴은 자신의 자존심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라이프니츠를 증오하게 되었고 서로 존경해 마지않았던 둘 사이는 완전히 균열되었다.
라이프니츠가 목적론과 기계론의 통합을 시도한 《형이상학 논고》(1868)를 발표하자 그는 본격 철학자로서 등극하게 되었다. 이후 《자연, 실체들 사이의 소통, 영혼과 몸의 결합에 대한 새로운 체계》(1695), 《동역학 시범》(1695), 《최신 중국학》(1697), 《새로운 인간지성론》(1704), 《신의 정의로움에 대한 변론》(1710), 《자연과 은총에 바탕을 둔 자연의 원리》(1714), 《모나드론》(1714) 등을 저술하였다.
기계론과 목적론을 조화하는 과정에서 모든 물질 속에는 살아 있는 힘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오늘날 물리학에서 ‘에너지’라 불리는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운동량과 구별되는 에너지를 발견한 것은 라이프니츠주의자 에밀리 뒤 샤틀레(Émilie du Châtelet, 1706~1749)였다. 그는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 원리》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프랑스 여성 물리학자이다. 또한 라이프니츠는 세계를 구성하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살아 있는 힘을 가진 원소를 ‘모나드’라고 불렀다. 이것은 이후 물리학에서 ‘마당’ 또는 ‘장’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이론은 현대 원자 이론을 예비한 이탈리아 물리학자 보스코비치(Ruđer Josip Bošković, 1711~1787)에게 영향을 주었고, 보스코비치의 이론은 다시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가 전자기장을 발견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또한 보스코비치 원자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통일장 이론을 개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양자포턴셜’ 또는 ‘능동정보’를 주장한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 1917~1992)은 자신의 양자역학 해석이 라이프니츠에게서 그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철학 분야에서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영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21세기 우리는 아직 라이프니츠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더 많이 더 깊게 이해할 만한 철학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역자 - 김명석
김명석(myeongseok@gmail.com)은 경북대와 포항공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고, 경북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같은 대학의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의 공직적격성평가 언어논리 영역 전문관을 거쳐, 2010년부터 대안 대학원 생각실험실 대표로 재직중이다. 현재 양자역학의 존재론 해석, 후기분석철학의 인식론과 언어철학, 물리주의와 경험주의 비판, 의미의 형이상학, 자유의지와 심신인과, 심성의 외부주의, 진리 개념의 원초주의, 학문의 우리말 토착화 등을 연구한다. 인식론과 형이상학 및 자연철학에 관한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데이빗슨의 인식론 뒤집기》, 《콰인의 평행론》, 《존재에서 사유까지 : 타자ㆍ광장ㆍ신체ㆍ역사》, 《심적 차이는 역사적 차이》, 《심적 인과 : 가능한 시나리오》, 《분석적 해석학을 위한 서문 : 의미론에 근거한 인식론》, 《내 마음은 내 살갗 바깥에》, 《The Contextuality of the Possessed Values》, 《Ontological Interpretation with Contextualism of Accidentals》, 《양자현상과 상황적 실재주의》, 《의식에 의한 상태 붕괴》, 《자연의 원리 : 측정과 자연현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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