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4km 2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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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북스, Jun 20, 2012 - Fiction - 375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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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잃어버린 남자, 김도욱.
3년 전, 사랑의 도피를 떠난 이국땅에서
삶의 모든 것이었던 연인을 영원히 잃어버린 그날,
그의 봄도 끝이 났다.
봄이 올 때마다 처절한 아픔에 허덕이던 그의 앞에 나타난 여인, 아이린 헤이즐 로버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연인과 너무나 닮은 모습에
도욱은 흔들리기 시작하지만,
그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그것이 죽은 수아에 대한 마음인지
아니면 살아 있는 아이린에 대한 마음인지.
그렇기에 떠나는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그가 서 있는 한국과 그녀가 살고 있는 미국의 거리 11074km,
그리고 더 멀고 먼 그와 그녀의 마음의 거리.
과연 그의 봄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본문 내용 中에서

“누구?”
그녀가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선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지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이었다. 마치 서로의 눈 속에 박혀 버린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다만, 입술이 바짝바짝 타고 미친것 같은 심장이 무섭도록 뛰고 있을 뿐이었다.
촤악.
드디어 그가 먼저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자 그녀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촤악.
또 한 걸음, 그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자 이번에도 그녀가 또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이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밀어내는 듯한 형국이 되었다. 그렇게 마주 보고선 두 사람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걸음씩 움직이다 결국 그녀가 커다란 목련 나무 앞에 서서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촤악.
오직 멈추지 않는 사람은 그 남자 김도욱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점점 그녀가 그의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더욱 깊어진 눈매와 긴 머리카락이 완숙한 아름다움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드디어 코앞에 마주 보고 섰을 때에는 미치도록 그리웠던 그녀의 향기가 그의 감각을 마비시킬 것 같았다. 따뜻하고 달콤한 바닐라 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그를 유혹하는 듯했다.
“......누구...... 세요?”
그녀가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과 더불어 낯선 남자의 거부할 수 없는 눈빛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한 걸음씩 다가오는 순간마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 것은 그녀 자신도 모르는 본능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두려움과 더불어 거칠게 뛰고 있는 심장, 피할 수 없는 눈빛, 이 모든 감정은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녀의 전부를 뒤흔들고 있었다.
“거기...... 서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흐트러지는 메아리가 될 뿐, 그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곧이어 부드럽기 그지없는 손길로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서 쓸어내리더니 곧장 뽀얗게 빛나는 뺨을 감쌌다.
“......이건 꿈이다.”
그가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흡사 꿀처럼 달콤하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들 만큼 부드러웠다. 곧이어 그의 모양 좋은 입술이 천천히 그녀에게 내려왔다. 감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마법 같은 이 시간이 거짓말 같은 현실을 만들고 있었다. 낯선 남자의 깊은 눈동자가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해서 거부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아아.”
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따뜻하고 달콤했다. 잊혔던 감각과 욕망을 불시에 깨우는 강력한 힘은 옛날과 똑같았다. 아니 예전보다 더욱 부드럽고 사람을 홀릴 만큼 매혹적이었다.
툭.
찰싹!
두 사람의 짙은 키스 사이로 목련 잎사귀 하나가 떨어졌다. 그제야 그녀는 화들짝 하고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밀어 버리고 뺨을 때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자신의 작태가 놀랍기도 하면서,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어처구니없었다. 그리고 손찌검을 한 자신의 손바닥과 그 여파로 얼굴이 살짝 돌아간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미친.”
그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와 다시 마주치기 전에 재빨리 몸을 돌려 갤러리 쪽으로 뛰었다. 아니 도망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른다. 한 번 더 그의 눈빛에 걸리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도무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일었다.
“아아.......”
도욱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꿈과 현실의 혼돈 속에서 그녀의 따귀 세례가 각성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진한 작약의 향기 때문인지, 아니면 흐트러진 목련 아래서 피어난 마법 때문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젠장, 도대체 모르겠어.”
그가 거친 욕설을 뱉어내며 애꿎은 잔디를 걷어찼다. 그리고는 바지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더럽게 맑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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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2012)

저자 - 이희경
필명 : 반짝반짝
출간작
「그곳 사막엔 비가 내렸다」
「그는 그녀를 꿈꾼다」
「그녀에게 사로잡히다」
「파랑공주」
「모조, MOJO」
그 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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